OPINION

삶과 죽음, 흑백 사회에 대한 추모사

Vean Times Post

 

극단적 비극이 찾아와야 세상은 돌아가는가

어떤 삶이 사라질 때 다른 삶의 길이 열리는 것에 대한 환멸감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작은 세상 속에서 바라는 것이 그리 많았던가. 욕심은 끝이 없고 가졌어도 더 가지려 하는 자들은 사회를 장난감 만지듯 쉽게 망가뜨리고 또 부수고. 누군가 살기 위해 혹은 희망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만들고 세우지만 이내 다시 망가뜨리고 또 부수고 심술 가득한 아이가 패악을 부리다 못해 주변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 안간힘을 쏟는다.

  세월호의 아이들, 이태원의 젊은이들, 얼마나 많은 희생을 바라고 얼마나 많은 생명을 제물로 바치고 제삿밥을 지어 배부르려 하느냐는 말이다. 모든 게 어른들의 잘못이고 모든 게 어른들의 무관심이고 모든 것이 자기들만 살고자 하는 못난 탐욕일 뿐이다. 정치는 어른들이 만든 위험한 장난감이자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도구라는 것을 매 순간순간 깨우치게 만드는 인간들 덕에 깨어난 생존본능으로 우리들은 서로 각자 살길을 찾아 마음의 빗장을 닫는다. 그리고 그렇게 빗장이 닫힌 이들을 향해 그들은 소리친다.

  "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들!"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몰려든 또 다른 부류들에게 송곳을 하나씩 쥐어주고 조용히 아주 은밀하게 두 발짝 뒤로 물러나 찌르고 찔리고 죽고 죽이길 간절히 기도하며 미소 짓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안다. 그러나 그들의 성벽은 너무 높고 두꺼워서 올라갈 수도 부수고 들어갈 수도 없는 세상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입을 막아놓고 대답하라며 다그치는 그들은 어쩔 수 없다며 가진 것도 부족한 이들의 남은 모든 것마저 빼앗아 간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는 정당하고 올곧고 정의롭다 스스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술잔을 부딪힌다. 누가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길 없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작은 기회마저 상실하고 내 자식, 내 부모, 내 형제, 내 반려자, 나의 소중한 가정이 사라지는 것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봐야 한다. 이 현실이 그들이 오랫동안 만든 사회이고 이 사회의 법이라 말한다. 왜 우리에게는 '흑' 아니면 '백' 이어야만 하는가.

  언제부터인가 삶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니 체념하고 살라 말한다. 그렇게 작은 우리들은 그게 맞다 생각하고 작은 의문조차 서서히 잊어가며 살아가게 되었다. 이제는 누구의 잘못인지 누구의 강요인지 누가 내 삶을 지배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들의 계획대로 우리의 인생도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다. 그것들이 맞고 틀리고 옳고 그른 판단도 할 수 없는 우리는 오늘도 서로의 밥그릇만 보며 으르렁대기만 한다.

  우리의 것을 지켜달라 했더니 우리의 것만 빼앗아 간다. 일한 만큼 좀 더 달라했더니 일하는 시간만 더 준다. 나쁜 사람 잡아달라 했더니 함께 잡아놓고 나쁜 사람은 먼저 놔준다. 결혼 자금 부족과 육아가 힘들다 했더니 양성 갈등을 만들어 결혼과 출산을 막아버린다. 당신들 잘못되었다 목소리 높이니 죄 없는 이들에 죄를 준다.

 

 

 

우리의 잘못도 아닌데 왜 우리는 항상 울어야 하는가

 

  우리가 그들에게 바란 건 단 한 가지이다. 우리의 가정을 지켜달라고.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약속해놓고 늘 기대를 저버리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가 한심하게 느껴질 뿐.

  왜 그들은 위에서 바라본 풍경이 어떤지 전해주지 않는가. 왜 그들이 사는 세상과 우리의 세상이 달라야 하는가. 함께 태어나고 함께 자라고 함께 울고 웃었는데 왜 한발 올라서면 열 발짝 올라서서 돌을 던지려 하는가.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큰 소리로 울었더니 눈물마저 빼앗아 가는구나. 늘 그랬듯 우리는 우리를 생각해주길 바라며 그들에게 우리의 것을 나누어 주었지만 그들은 늘 그랬듯 우리의 것만 취하고 우리의 삶을 시궁창에 던져버린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좋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늘 지치고 힘겹다. 누군가 위로라도 해주었으면.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